2023-05-23 아름다운 것 (Redux에서 React Query 까지)

2023-05-23
  • React
  • Development

1.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 아서 C. 클라크

요즘은 redux 잘 안쓰지만 2021년 즈음 까지만 해도 시장의 부정할 수 없는 대세였고,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에서 선택 받고 있는 라이브러리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딥하게 써본 적은 없지만 redux-thunkredux-saga를 가지고 앱 전체의 api call을 컨트롤 하는 코드들을 보면 그만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SWR 류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redux가 대세였던 시절에 개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라이브러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개발 공부를 시작하더라도 flux 패턴 정도는 근본력을 위해서라도 한번 찍어먹어보고 가야하는 개념이기도 하거니와, 지금도 개발팀의 철학에 따라 신규 프로젝트에도 적극 사용하는 곳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시 이야기를 곁가지로 새보자면 나는 redux는 Context API의 상휘 호환 어디쯤에 있는 기술인 줄로만 알았다. redux vs Context API를 누군가 물어봤을 때 난 “Context 그거 그냥 후진거 아니냐”고 대답하기도 했다. 참으로 무지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실은 redux는 react로부터 독립적인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 이고, react-redux를 통해 react의 렌더링 사이클을 전역 스토어의 업데이트와 연동시킬 수 있는 것이었으며 그 내부는 Context API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컴포넌트 구조를 건너뛴다는 것 자체가 Context API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나는 그게 다 redux라는 마법의 우월함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 열어본 github 레포지토리였던 redux-thunk를 시작으로 마법은 사실 고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래는 진짜 순수한 implementation 그 자체 시절의 thunk다. 이 짧은 코드가 어떻게 비동기를 구현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thunk가 컴퓨터 과학에서 “지연 계산”을 구현하는 일반적인 테크닉인 것 또한 몰랐다. 지연 계산임을 염두에 두고 코드를 들여다 보면 다시 보이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export default function thunkMiddleware({ dispatch, getState }) {
  return (next) => (action) =>
    typeof action === "function" ? action(dispatch, getState) : next(action);
}

어느날은 redux의 createStore 함수의 구현에 대해 설명해 둔 아티클을 읽게 되었다. 대략 아래와 같은 코드로 설명하고 있었다.

const createStoreFromScratch = (reducer) => {
  let state;
  let listeners = [];

  const getState = () => state;

  const subscribe = (listener) => {
    listeners.push(listener);
    return () => {
      listeners = listeners.filter((l) => l !== listener);
    };
  };

  const dispatch = (action) => {
    state = reducer(state, action);
    listeners.forEach((listener) => listener());
  };

  dispatch({});

  return { getState, subscribe, dispatch }; // store
};

이 코드에는 면접 공부를 하며 그렇게 줄줄 외우고 다녔던 클로저가 있었고, Observable 방식으로 업데이트에 반응하는 줄 알았지만(?) subscribe를 할 때마다 listeners 배열에 함수를 넣어두고 dispatch 함수를 호출할 때마다 전체를 냅다 한번씩 돌리는 방식으로 갱신에 대한 반응을 하고 있었으며, unsubscribe는 그냥 listeners 배열에서 구독 해제할 listener를 filter로 제거할 뿐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담고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createStore의 원본 코드는 https://github.com/reduxjs/redux/blob/master/src/createStore.ts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주석과 이런저런 불필요한 코드를 걷어내고 핵심 로직만 본다면 200여줄 정도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2. 개발자의 세계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21년 겨울 쯤, react-query라는 라이브러리를 접하게 된다. 편하기는 겁나 편한데 stale-while-revalidate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고, 그래서 HTTP 스펙 어쩌구가 자바스크립트 로직을 어떻게 업데이트 한다는 건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함수만 넘겨주면 상태가 알아서 변경된다는 것도 잘 상상이 안되었기도 하고, 너무 편한게 있으면 오히려 약간 ‘이래도 되나…’ 하면서 머뭇거리는 성향이라 더 그랬던거 같다. redux에 hook 지원이 탑재되어 useSelector를 쓸 수 있게 되었어도, mapStateToProps를 뭔가 근본(?)스럽다는 이유로 고집(2020 기준)하던 나였기도 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지금의 회사로 옮긴 이후인 2022년 여름이 됐다. 무더위와 useQuery에 뇌가 완전히 절여졌을 때 쯤 우연한 기회로 react-query 내부를 뜯어볼 일이 생겼고, 그 안에서 익숙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

// useBaseQuery
const [observer] = React.useState(
  () =>
    new Observer<TQueryFnData, TError, TData, TQueryData, TQueryKey>(
      queryClient,
      defaultedOptions
    )
);

const result = observer.getOptimisticResult(defaultedOptions);

한줄 씩 설명하라면 또박또박 하기 좀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강 훑어보면 결국 서두에서 훑어봤던 redux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useBaseQuery를 기반으로 useQuery, useMutation 등의 hook이 만들어지고, mount 될 시점에 observer를 하나 생성하여 useState에 담아둔다.

인자로 넘겨지고 있는 queryClient는 당연하게도 useQueryClient에서 왔고, 다시 내부적으로 useContext를 사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client는 Provider가 mount 되었을 때 생성자 함수에서 내부 cache 등의 값을 초기화 한다.

export class QueryClient {
  // 생략
  constructor(config: QueryClientConfig = {}) {
    this.queryCache = config.queryCache || new QueryCache()
    this.mutationCache = config.mutationCache || new MutationCache()
    this.logger = config.logger || defaultLogger
    this.defaultOptions = config.defaultOptions || {}
    this.queryDefaults = []
    this.mutationDefaults = []
  }
export const useQueryClient = ({ context }: ContextOptions = {}) => {
  const queryClient = React.useContext(
    getQueryClientContext(context, React.useContext(QueryClientSharingContext))
  );

  if (!queryClient) {
    throw new Error("No QueryClient set, use QueryClientProvider to set one");
  }

  return queryClient;
};

queryClient의 생김새를 좀 더 정확히 확인하려면 QueryObserver와 이 클래스가 상속받아온 Subscribable 클래스를 차례로 타고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잠시간의 코드 등반을 끝내고 나면 정상에 올라 그리운 향기가 나는 30여줄의 코드를 만날 수 있다.

type Listener = () => void;

export class Subscribable<TListener extends Function = Listener> {
  protected listeners: TListener[];

  constructor() {
    this.listeners = [];
    this.subscribe = this.subscribe.bind(this);
  }

  subscribe(listener: TListener): () => void {
    this.listeners.push(listener as TListener);

    this.onSubscribe();

    return () => {
      this.listeners = this.listeners.filter((x) => x !== listener);
      this.onUnsubscribe();
    };
  }

  hasListeners(): boolean {
    return this.listeners.length > 0;
  }

  protected onSubscribe(): void {
    // Do nothing
  }

  protected onUnsubscribe(): void {
    // Do nothing
  }
}

아름답지 않은가…? 이 단순한 코드가 여러가지 세부 구현을 덧대며 라이브러리가 되어 그런 마법 같은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의 이 감상적인 반응은 지난 날의 내가 벌여왔던 분투의 한 챕터가 마무리 된 개인적인 감상에서 기인한 것이 크긴 하다. 여기부터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나는 첫 직장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개발 공부와 티칭만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퇴근 후나 휴일에 시간을 내 조금씩 미니 프로젝트를 하곤 했지만 퇴근하면 거의 탈진하듯 누웠던 노동 강도 때문에 뭔가를 제대로 마무리 짓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내가 가르친 수강생들이 현업에서 이런저런 개발을 경험하는 동안 나는 무쓸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름의 발버둥을 쳐야했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이란 아티클을 읽고, 이해되지 않은 것들은 수집해두었다가 여러번 읽는 방식으로 현업의 개발을 상상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아티클 스크랩 노션 링크 : https://bit.ly/30JwEiq)

가치를 부정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움직이던 시기에 redux의 구현을 접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훗날 문득 어떠한 기대도 없이 react-query의 구현을 살피다 문득 익숙한 추억을 발견하며 한 챕터가 ‘쿵’ 닫힐 때의 감정이란. 누군가 전해주는 풍문에 의존해서만 지식을 습득하던 시기가 지나고, 코드 레벨의 세계에서 내 눈으로 직접 마법의 뒷면을 탐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내겐 그간의 발버둥을 통해 내가 이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알리는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다. 이 때의 감흥은 결코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남게 될 것 같다.

얘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샜으니 다시 코드 얘기로 돌아오자. 이후의 구현은 아래 코드를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Subscribable은 구독 관련한 기본 기능과, 자식 클래스에서 상속으로 구현해야 하는 두 메서드들의 자리만 만들어두고 있다. QueryObserver에서는 이를 상속받고 추가적으로 notify를 구현한다. redux의 dispatch로 보면 될 것 같다.

// queryObserver
protected onSubscribe(): void {
  if (this.listeners.length === 1) {
    this.currentQuery.addObserver(this)

    if (shouldFetchOnMount(this.currentQuery, this.options)) {
      this.executeFetch()
    }

    this.updateTimers()
  }
}
// ...
private notify(notifyOptions: NotifyOptions): void {
  notifyManager.batch(() => {
    // First trigger the configuration callbacks
    if (notifyOptions.onSuccess) {
      this.options.onSuccess?.(this.currentResult.data!)
      this.options.onSettled?.(this.currentResult.data!, null)
    } else if (notifyOptions.onError) {
      this.options.onError?.(this.currentResult.error!)
      this.options.onSettled?.(undefined, this.currentResult.error!)
    }

    // Then trigger the listeners
    if (notifyOptions.listeners) {
      this.listeners.forEach((listener) => {
        listener(this.currentResult)
      })
    }

    // Then the cache listeners
    if (notifyOptions.cache) {
      this.client.getQueryCache().notify({
        query: this.currentQuery,
        type: 'observerResultsUpdated',
      })
    }
  })
}

이 코드들이 옵저버 패턴이라는 디자인 패턴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임을 깨달은 것은 조금 더 이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옵저버 패턴(Observer Pattern)은 한 객체의 상태가 바뀌면 그 객체에 의존하는 다른 객체에게 연락이 가고 자동으로 내용이 갱신되는 방식으로 일대다(one-to-many) 의존성을 정의합니다.

📕 헤드 퍼스트 디자인 패턴, 87p


3. Postscript (아름다운 것 - 언니네 이발관)

언젠가 한번 쯤은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 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 앨범을 작업하던 시기의 이석원의 일기를 꼭 함께 읽어보시길 바란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개발 인생에서 느낀 아름다움과 놀라움과 최선을 다하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디서든 모두 행복하길.

2008년 7월 20일

벌써 열한번째 믹싱을 했는데도 내가 새로운 주문을 하자 엔지니어가 그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더이상의 작업이 힘들겠구나..

난 모든것을 체념하고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름다운것’을 빼겠습니다.”

팀장이 놀래서 달려왔다. “그곡을 빼면 앨범이 뭐가되요. 안되요.”

“저는 이곡을 이렇게 넣을 수는 없어요. 부탁합니다.”

잠시 후 엔지니어(락대성실장)가 진정을 찾고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믹싱을 하는동안 팀장과 우리들은 모여서 새벽까지 ‘아름다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곡이 이번 앨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고, 팀장은 ‘아름다운것’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침내 락대성이 열두번째 버전을 들고 나왔을때 그것을 듣는 내 가슴이 비로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야 됐구나…’

‘아름다운것’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물론 그 이후 세차례나 더 번복 수정이 있었긴 하지만,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

스무살이 넘어서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내 마음이 멀어지는걸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충격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은 왜 변할까. 마음은 왜 움직이는걸까.

아무리 많은 눈물로도 그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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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engmotmi

'내가 원하는 건 문학이 아닌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