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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 2025년 6월, Toss Frontend Accelerator 교육 코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성했던 글입니다. 윤문하여 기술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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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문성과 탁월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읽고 공부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멋진 걸 만들어 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더구나 이 주제를 돈을 받으며 일로서 고민하고 있다니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감각도 마음에 든다.
\n동시에 일정 부분 내면의 모순을 마주하고 있기도 한데 예컨대 이런 부분이다. 나는 왜 개발을 잘 하기 위해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훈련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인지과학은 일관되게 설명한다. 탁월함은 그 사람이 얼마나 의도적 수련을 효과적으로, 많이 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이다.
\n물론 좀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어떻게 더 좋은 코드를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회사 코드에 녹여보기도 하고, 강의와 자료로 만들어서 설명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배움을 실제 코드로 풀어내는 노력의 비중을 보면 전체 노력에서 10% 정도 될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어떤 새로운 소식이 나왔는지, 그 소식들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얹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종종 관심 가는 기술의 코드 내부를 조금 살펴보는 정도에 그쳤다.
\n이렇게 말하지만서도 한편 그 노력의 크기가 작지 않았기에, 어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타더라도 무기력하게 떨어지는 없지 않을까 근자감이 있었다는 쪽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이다. 하지만 작년 가을 쯤 응시했던 채용 과제에서 엄청나게 버벅거리다가 폭발한 코드 더미를 제출한 내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회의감을 느끼고 그간의 노력을 되돌아 보게 됐다.
\n과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이 내가 가진 역량의 전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요구사항을 코드로 옮겨 동작하도록 하는 능력에 있어서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낮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것도 사실이다. 개발자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에 대해서 말이다.
\n멘토링과 코칭에 관심이 많다보니 커리어와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을 하는 주니어 개발자들을 더러 만난다. 그들은 얼마나 좋은 코드를 쓸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특정 기술을 접근하는 방식이나 깊이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다. 커리어가 걸렸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이다. 물경력 FOMO 마케팅으로 사업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사업 타당성은 그 불안에 근거한다.
\n그런 주니어들이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들어보면 대체로 강의 시청, 스터디, 독서, 동아리, 사이드 프로젝트, 행사 참석 등으로 유형화 되는데, 앞서 언급한 개발을 잘하기 위한 의도적 수련의 맥락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개발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개발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개발을 하지 않는 모순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모순은 사실 내 것이기도 해서,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지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n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n어릴 때부터 우리는 정답이 어디엔가 주어져 있다는 전제 아래 공부했다.
\n학교–입시 체계에서 필요한 건 정답을 찾아 외우는 능력이었지 시도하고 깨지는 과정에서 스스로 원리를 발견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도 \"잘하고 싶다 → 잘하는 법을 알려 줄 외부 리소스를 찾자\"라는 반사 작용이 자연스레 발생한다.
\n한편 한국 사회에서 '전문성 증명'은 종종 내적 능숙함이 아니라 외적 표식을 통해 이뤄진다. 학위, 자격증, 강의 수강증 같은 스펙이 대표적이다.
\n그러다 보니 \"얼마나 실전에 능한가\"보다 \"어디서 무엇을 이수했는가\" \"어디 출신인가\"가 먼저 검증 대상이 된다. 개인도 이에 맞춰 '능력 키우기'보다 '스펙 확보하기'에 시간과 돈을 우선 배분하게 되는 듯하다. 그나마 개발 분야에서는 이런 류의 압박이 덜하지만서도 \"정처기 따야 하나요?\" \"대기업 한번 쯤 찍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n만연한 소비자주의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상품(강의, 도구)을 사라\"는 메시지는 우리 일상에 상수처럼 흐른다.
\n그 서사가 반복될수록 고된 의도적 수련은 '느리고 불확실한 길'로, 결제–사용–즉각 효과는 '빠르고 확실한 길'로 인식된다. 상품 사회에서 구매가 곧장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메시지는 너무 정교하게 깎여있는 데다, 이 위에 FOMO가 올라타면 쉽게 거부하거나 부정하기도 어렵다. 실제 효과가 어떻든 체감 상 매력적인 쪽에 끌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n여기서 내가 특히 주목한 부분이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훈련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낮은 자기 효능감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n학창 시절 '내가 공부법을 바꿔 성과를 낸 성공 체험'이 드문 탓일까 싶다. 노력과 결과가 연결된다는 믿음이 약하다. 그러면 변화의 주체가 내부가 아니라 외부가 된다. 이 구조에 강하게 결합되고 의존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보고 추구하고 가꾸기 어려워진다.
\n이때 아이러니한 현상이 생긴다. 내가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자신이 없을수록, '혹시 세상이 바뀌고 있진 않을까?'라는 불안과 감시가 더 늘어난다.
\n최신 트렌드, 새 강의, 새 도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번엔 이게 답일지도 몰라\"라며 빠르게 올라타지만, 막상 깊이 파고들어 직접 수련하는 단계에서는 멈춘다. 그 결과 ‘외부 정보 소비 → 불완전한 적용 → 또 다른 외부 정보’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n덧붙이자면 다들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패를 드러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한 환경에서는 \"일단 부딪혀 보자\"보다 \"준비물을 더 갖춰 보자\"가 안전하게 느껴진다.
\n그래서 강의, 도구 같은 외부 리소스로 불안 방지용 완충재를 쌓다가 정작 실전 투입이 늦어지곤 한다. 사실 나야 말로 그런 사람인데, 기자를 준비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20대를 그대로 날려버린 적이 있다. 수 년을 모호하게 보내곤 직접 3개월 해보니 그제야 못하겠다는 생각이 달칵 들었다. 그 다음 해 나는 서른이 되었다.
\n아무튼 이 복잡한 요인들이 서로를 강화하면서 간접적인 학습 경로가 기본값이 되는 생태계를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게 내 추측이고 가설이다.
\n뭔가를 직접 해보면서 깨지고 넘어지기에는 이 상품 사회는 너무 고도로 발전되어 있다. 날것의 못난 나를 마주하고 견디며 애를 쓰기에는 우리는 애초에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대체로 탁월함을 추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전문성에 대한 전문성은 모른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영역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n누군가를 잘하게 돕는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실상이 그렇다. 굳이 잘 할 이유가 없어서,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잘하면 되는지를 몰라서, 삶에는 다양한 가치와 우선순위가 존재하니 그냥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n흥미로운 사실은, 누군가를 도와본 경험을 가진 사람일 수록 타인을 성장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n어려운 일이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잘 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곧장 이어지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n나는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벗어난 어떤 일을 요구받을 때 감정적이게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줬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쉽게 대답하겠지만, 고등학생이 동일한 질문을 하면 나를 시험해보는 거냐며 민감하게 반응할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본다.
\n그런 의미에서 내가 누군가를 잘 하게 하고 싶다면 누군가를 잘 하게 하기 위한, 하고 싶어하는 걸 찾도록 돕기 위한 전문성을 지녔는지를 스스로 확인해봐야 한다. 사람은 안 바뀌어, 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부터 교육의 필요와 역할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n사람의 기질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처한 병목을 알아봐주고 그 병목을 치우기 위한 유효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부디 지금보다는 더욱 구매보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많이 하고 있기를. 현실을 움직일 작은 단서를 찾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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